거대한 베르사유 궁전, 금빛으로 반짝이는 왕의 방, 거울의 방, 끝이 보이지 않는 정원.
그 한켠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공간이 있습니다.
프티 트리아농(Petit Trianon).
그리고 그 옆에는 그림처럼 귀여운 농장 마을이 숨어 있죠.
그곳은 바로 ‘왕비의 마을(Hameau de la Reine)’.
사치의 여왕으로 불린 마리 앙투아네트.
하지만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공간은, 화려한 궁전이 아니라 이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었습니다.
1. 프티 트리아농 – 왕비가 된 소녀의 피난처
프티 트리아농은 원래 루이 15세가 애첩을 위해 지은 작은 궁전이었지만,
루이 16세는 결혼 후 이 건물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합니다.
궁정 예절과 끝없는 시선, 정치적인 눈치게임에 지친 그녀는
이곳에서야말로 '나 자신으로 숨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여기서야말로 여왕이 아니라, 그냥 여자가 될 수 있어요.”
— 마리 앙투아네트,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프티 트리아농은 단지 작은 궁전이 아닌,
그녀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었습니다.
2. 왕비의 마을 – 소박한 환상의 마을 만들기
앙투아네트는 프티 트리아농 옆에 진짜 농가처럼 꾸며진 작은 마을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연못, 방앗간, 낙농장, 정원, 오리, 염소… 실제로 농작물을 재배하고, 동물도 키웠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농부 복장을 입고 산책을 하거나 우유를 짜는 체험을 하며,
마치 현실을 벗어난 듯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는 자연 속에서만 진짜 내가 되는 기분이에요.”
— 일기 중
이 환상의 마을은 현실의 농민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녀는 최소한 이곳에서만큼은 비난도, 의무도, 정치도 없는 자유를 느꼈을 겁니다.
3. 사치인가, 감성이었는가
당시 귀족들과 시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왕비가 농부 놀이를 하며 우유를 짠다니,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가!"
이런 시선은 곧 그녀를 향한 조롱과 분노로 바뀌었죠.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녀는 그저 숨쉴 공간을 원했던 것 아닐까요?
궁정의 여왕이기 이전에,
불안을 품고 있던 젊은 여인이 고요한 연못 앞에서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시간.
그걸 단순히 사치라 말할 수 있을까요?
4. 지금의 왕비의 마을
오늘날 왕비의 마을은 복원되어 프랑스를 찾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앙투아네트의 ‘내면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궁전 뒤에 숨겨진 작은 공간,
그곳은 마치 그녀의 진짜 얼굴이 남아있는 거울 같습니다.
✅ 결론: 그녀는 베르사유에서 도망친 게 아니라, 자신을 찾으려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스럽고 허영심 많은 여왕이었을까요?
아니면 자신을 지키고 싶은, 외로운 소녀였을까요?
프티 트리아농과 왕비의 마을은
그녀가 마지막까지 자기다운 삶을 지키려 했던 흔적입니다.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난 그녀는
궁전의 가장자리에 작은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조용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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